"한동안 뜸 헀었지 웬일일까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언젠가 한 번은 들어 봤을 이 노래는 사랑과 평화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대한민국 펑크 음악의 최고 앨범으로 손꼽히는 명반 중의 명반이다.
사랑과 평화 1집 <한동안 뜸 했었지>
- 발매 - 1976년 10월 15일
- 장르 - 펑크
- 재생 시간 : 40:30
- 곡 수 : 9곡
- 레이블 : 서라벌레코드사
- 프로듀서 : 이장희
- 타이틀 곡 : 한동안 뜸했었지
트랙리스트
- 한동안 뜸 했었지 - 이장희 작사/작곡, 최이철 편곡 (3:12)
한동안 뜸 했었지 웬일일까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 했었지 한동안 못 만났지
서먹서먹 이상했었지 혹시 맘이 변했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 했었지
밤이면 창을 열고 달님에게 고백했지
애틋한 내 사랑을 달님에게 고백했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겠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겠지
안절부절 했었지 한동안 못 만났지
서먹서먹 이상했었지 혹시 맘이 변했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 했었지
밤이면 창을 열고 달님에게 고백했지
애틋한 내 사랑을 달님에게 고백했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겠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겠지 - 노래여 퍼져라 - 김선욱 작사, 김명곤 작곡/편곡 (4:00)
- 어머님의 자장가 - 이원호 작사/작곡, 김명곤 편곡 (6:19)
- 베토벤의 운명(경음악) - 베토벤 작곡, 김명곤 편곡 (3:27)
- 여왕벌의 행진(경음악) - 외국곡, 김명곤 편곡 (3:38)
- 저 바람 - 김선욱 작사, 최이철 작곡/편곡 (4:36)
- 달빛 - 김선욱 작사, 최이철 작곡/편곡 (5:12)
- 뭉게구름(경음악) - 최이철 작곡/편곡 (3:48)
- 아베마리아(경음악) - 슈베르트 작곡, 김명곤 편곡 (6:54)
그 시절 그랬듯이 사랑과 평화도 70년대 말 미8군 무대에서 최상위 등급인 Special AA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을 겸비한 밴드였고 "그건 너"로 유명한 가수 이장희가 이들에게 녹음을 같이 해보자고 언질을 주었다. 사랑과 평화 멤버들은 단순 농담으로 여겼으나 1년 후 이장희가 정말로 곡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고 한다.
사랑과 평화는 1970년대 말 마약 사건 이후 하는 수 없이 주류가요계에 백기 투항을 선언한<가요사상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 될) 거의 모든 음악인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지조를 지키며 살아남았다. 단순히 그들이 '타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는 실질적으로 뛰어난 작업들을 남겼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묻혔다. 잊혀졌다. 산울림은 조명되었고 신중현은 복권되었지만 사랑과 평화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의 이철호가 김창완만큼 대중적인 스타가 아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최이철이 신중현처럼 평론가들에게 인기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대다수의 음악 평론가들에 의해 록 위주로 조명된 한국 대중음악의 계보도에서 흑인음악인 펑크와 소울을 구사했던 사랑과 평화가 부여받을 방 한 칸이 없었다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흑인 음악의 팬으로서는 아쉽고 분한 일이지만 그게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1978년의 사랑과 평화, 그 전설적인 장인들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가요 사상 최상의 결과물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쉽게 믿기 어려운가? 익숙한 A면 대신 B면부터 귀를 기울여보자, 펑크와 소울, 심지어는 재즈의 매력을 물씬 풍겨대는 <달빛>과 <저바람>은 이제는 사실상 맥이 끊긴 한국형 흑인음악의 원류이다. 너무도 충만한 리듬감에 절묘하게 어긋났다 다시금 맞아떨어지는 역동적인 연주의 질은 쉽게 흘려버릴 수 없다. 다양한 이펙터와 디스토션 위를 오가며 현란하게 재주를 부리는 최이철의 경이로운 기타, 탄탄한 배킹과 꽉 짜여진 인터플레이를 보여주는 사보(Sarvo)의 베이스와 김명곤, 이근수의 키보드 역시 대단하다. 진지하되 심각하지 않다. 진국이지만 텁텁하지 않은 사운드, 그것이 바로 사랑과 평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앨범을 수놓은 어떤 이름도 쉽게 지나칠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이장희를 빼놓을 수는 없다. 김이환, 이경애, 이원호 등 무려 세 가지의 가명을 쓰며 앨범의 주요 곡을 작곡한 웃지 못할 해프닝의 주인공, 그는 진정 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이 배출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음악가였음을 이 앨럽은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흑인 음악을 하고 싶은 젊은 뮤지션들이 있는가? 따르고 싶은 영감을 얻고 싶은 선배들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최이철과 이철호를 찾길 바란다. 사랑과 평화가 남긴 유산을 들으며 잊혀진 한국 흑인음악의 원류를 더듬고 그 맥을 잇기 바란다. 그들이야말로 당신들이 진작에 숭배하고 떠받들어야 할 제임스 브라운이고 스티비 원더이다.
(* 김영대/웹진 음악취향Y 필자)
1970년말 신중현과 엽전들, 산울림과 함께 대한민국 록의 계보를 잇고 나아가 대중음악의 발전을 이루는데 사랑과 평화 또한 많은 영향력을 미쳤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의 음악으로 대한민국 대중음악은 한단계 한단계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었고 지금의 한규 열풍을 불러 일으킨 시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